• [한성영 칼럼] 사주(四柱)는 ‘신앙’의 대상인가, ‘학문’의 영역인가
  • 종교적 맹신 너머, 음양오행의 논리로 풀어낸 고전 철학 ‘명리학’
  • 한국언론미디어그룹 한성영 회장
    <한국언론미디어그룹 한성영 회장>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MBTI 같은 성격 유형 검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을 정의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욕구는 어느 시대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뿌리가 훨씬 깊은 ‘사주(四柱)’에 대해서는 유독 "안 믿는다"라며 손사래를 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학문을 두고 '믿는다' 혹은 '안 믿는다'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출발점부터 잘못된 설정일지 모른다.

    미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고전 지성
    사주를 흔히 종교적인 영역이나 근거 없는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거 일부 복술가들이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종교적 색채를 덧입혀 수익을 창출했던 부정적 잔재 탓이 크다. 하지만 사주의 본질인 **명리학(命理學)**은 특정 신을 섬기거나 초자연적인 힘에 의탁하는 종교가 아니다. 오히려 우주의 운행 원리와 인간의 삶을 연결 지어 연구해 온 동양의 고전 철학이자 치밀한 논리 체계를 갖춘 학문이다.

    통계를 넘어선 ‘명리(命理)’의 논리학
    많은 이들이 사주를 단순한 ‘통계학’이라고 말하지만, 명리학은 그보다 훨씬 입체적인 구조를 가진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22개의 글자를 조합해 인간의 기운을 분석하는 이 학문은, 계절의 변화와 음양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라는 명확한 원리 위에 서 있다.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법칙에 따라 명(命)을 풀이하는 과정은 감정적인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논리적인 추론만이 필요할 뿐이다.

    종교적 맹신이 아닌 ‘자기 객관화’의 도구
    명리학을 학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내 삶을 누군가에게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도구를 갖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기상청의 예보를 보고 "비가 올 확률이 높으니 우산을 챙기자"라고 판단하는 것을 두고 '기상학을 믿는다'라고 말하지 않듯, 명리학 또한 내 삶의 기운이 흐르는 방향을 미리 읽고 대비하는 지혜의 영역이다.

    젊은 세대들이 명리학을 "믿지 말아야 할 미신"으로 밀어내기보다, 수천 년간 쌓여온 인간학의 데이터베이스이자 고도의 심리학적 통찰이 담긴 **‘삶의 인문학’**으로 접해보길 권한다. 학문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주는 결코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라는 우주를 해석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언어 중 하나다.
  • 글쓴날 : [26-03-18 18:03]
    • 중앙뉴스라인 기자[news_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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