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라인, 한소연기자] 경상국립대는 컴퓨터공학과 부석준 교수와 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일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청 항미생물 항체 반응 데이터를 활용해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을 진단 보조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SCIE급 국제전문학술지 《Engineering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IF 9.0, JCR 상위 3.1%)에 'Deep learning framework for the diagnosis of systemic sclerosis using serum-derived microbial signatur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경상국립대병원 임현진 교수가 제1저자, 이상일 교수와 부석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부산대 의과대학·부산대병원,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전북대 의과대학 등 다기관 연구진이 함께한 임상의학·인공지능 융합 연구다.
전신경화증은 피부와 여러 장기의 섬유화, 혈관 이상, 면역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한적이어서, 질환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는 것이 환자 예후 개선에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환자마다 양상이 다양해, 질환 가능성을 정밀하게 보조 판단할 새로운 분석법이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과 장내 미생물 불균형의 관련성이 보고돼 온 점에 착안해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의 항미생물 IgM 항체 반응을 분석했다. 기존 분변 기반 미생물 분석이 특정 장관 부위 정보에 한정될 수 있는 데 비해, 혈청 항체 반응은 몸 전체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관련 면역 반응을 통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질환 신호를 포착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확보한 전신경화증 환자 76명과 건강 대조군 50명 등 총 126명의 혈청 샘플을 대상으로 384종 미생물 항원에 대한 항체 반응을 측정했다. 이후 개별 미생물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미생물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관계와 조합을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분석 구조를 설계해 환자군과 대조군을 구분하는 패턴을 도출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제안한 인공지능 모델은 90.51%의 진단 정확도를 달성했으며, 기존 유사 연구 대비 최대 10.96%p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 이는 혈청 항체 반응 데이터와 미생물 간 관계 정보를 함께 활용하면, 제한된 규모의 희귀질환 임상 데이터에서도 전신경화증 진단 보조에 유의미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딥러닝 모델은 높은 성능을 보이더라도 판단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중요하게 활용한 미생물 특징을 분석해 전신경화증과 관련된 미생물 조합을 규칙 형태로 도출했다. 그 결과 보호적 미생물 기능의 감소와 염증성 미생물 군집의 확장이 함께 나타나는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전신경화증 관련 미생물 불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가설로 제시했다.
교신저자인 부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혈청 항체 반응 데이터를 단순한 수치 집합으로 보지 않고, 미생물 사이의 관계와 조합 속에서 질환 신호를 해석하려 했다는 점"이라며, "AI가 높은 진단 성능을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미생물 조합을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규칙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의료진이 검토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진단 보조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석준 교수는 "희귀질환 의료 AI에서는 데이터 수가 제한적이고 질환의 생물학적 기전도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한 예측 모델만으로는 임상적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제한된 희귀질환 임상 데이터에서도 AI가 질환 관련 신호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그 판단 근거를 의료진이 검토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임상 검증과 후속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진단 보조에 활용 가능한 신뢰성 있는 의료 AI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상일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초기 진단이 쉽지 않고, 질환이 진행되면 피부뿐 아니라 폐, 소화기, 혈관 등 여러 장기에 손상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혈청 항미생물 항체 반응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활용해 전신경화증 가능성을 보완적으로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대규모 독립 코호트와 전향적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제1저자인 임현진 교수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혈청 항체 반응 데이터는 단일 미생물의 변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 여러 미생물 군집의 조합과 관계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었다"며, "데이터 구축부터 모델 설계와 결과 해석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인공지능이 진단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질환 관련 생물학적 가설을 제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데이터와 인공지능 방법론을 연결해 희귀질환의 조기 선별과 정밀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성과는 부석준 교수가 이끄는 경상국립대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 시스템 및 응용 연구실(AISA Lab)'의 연구 방향과 연결된다. AISA Lab은 뉴로-심볼릭 인공지능(Neuro-symbolic AI), 고급 딥러닝, 딥러닝 응용을 핵심 축으로 삼아 제조 AI, 보안 AI, 의료 AI 등 여러 분야에서 예측 성능뿐 아니라 전문가 지식, 도메인 제약, 설명가능성, 신뢰성 검증을 함께 고려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번 연구는 고차원·소량 임상 데이터에서 질환 관련 신호를 학습하고 그 판단 근거를 의료진이 검토·해석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연구 방향을 의료 AI 분야에 적용한 사례다.
연구책임자 부석준 교수는 피인용 1,377회, h-index 18, i10-index 26을 기록(Google Scholar)하고 있는 딥러닝 분야 세계 상위 0.35%, Productivity 세계 상위 0.24%(ScholarGPS) 연구자다. 《Engineering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IF 9.0), 《Applied Soft Computing》(IF 7.8), 《Neurocomputing》(IF 6.7), 《Information Sciences》(IF 6.0) 등 AI 분야 주요 SCIE 저널을 포함해 딥러닝 분야 총 126편의 논문을 게재·발표했다. 또한 경상남도청 AI산업 육성위원회 위원, 경남테크노파크 경남AI사업단 AI인력양성위원장, 경상국립대 글로컬사업단 부단장, AI전략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조성과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의료기관 및 산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이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