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라인, 전영규기자] 강풍으로 배와 헬기가 모두 묶인 가파도에서, 지병으로 약이 떨어진 관광객에게 드론이 긴급 의약품을 실어 날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소방안전본부가 입·출도가 통제된 상황에서 합동 대응에 나서 환자의 생명을 지켜냈다.
긴급 배송은 가파도에 머물던 관광객이 지병으로 급히 복용해야 할 필수 의약품이 고갈되면서 시작됐다.
신고를 접수한 119종합상황실은 헬기와 함정 등 가용 응급 이송 수단의 운항 가능 여부를 잇달아 확인했지만, 기상 여건 탓에 모두 불가능했다.
상황실은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에 연락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영상통화로 응급처치를 지도했다. 환자의 혈압과 당뇨를 확인한 결과 기력 저하가 나타나자, 의료기관과 협력해 긴급 의약품을 확보한 뒤 제주도에 드론 배송을 요청했다.
당시 가파도에는 약 10m/s의 돌풍이 불었고, 정기 배송일이 아니어서 드론 운용 인력도 없었다. 제주도는 119종합상황실의 연락을 받고 긴급성을 판단해 제주도 드론 컨소시엄에 긴급 배송 가능 여부를 요청하는 동시에, 베테랑 조종전문관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상모리 드론배송센터에 도착한 합동 대응 인력은 현장 기상을 면밀히 점검한 뒤, 긴급 의약품을 실은 드론을 가파도로 즉시 띄웠다.
초속 8~9m의 강풍에 드론이 기울어지는 악조건에서도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으로 항로를 유지했고, 10여 분 만에 가파도에 무사히 착륙해 대기하던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원에게 의약품을 안전하게 전달했다.
이번 대응은 올해 4월부터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옥상에 드론 착륙장을 마련하고 가파보건진료소를 잇는 항로에서 의료소모품 전달과 폐의약품 수거 등 훈련과 배송을 반복해 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평상시 쌓은 운용 역량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임무 수행으로 이어졌다.
기상악화로 일반적인 응급 이송 수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관계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응급 상황을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남진 혁신산업국장은 “드론 배송은 편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배와 헬기가 모두 끊긴 이번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약을 전할 사실상 유일한 통로였다”며 “재난과 의료 위기 상황에서 드론이 시간을 다투는 이송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진수 소방안전본부장은 “제주소방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끝까지 찾아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배가 끊기는 섬 지역에서도 응급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